쉼표를 찍자.
달려가는 눈은 놓치는 게 많다. 파아란 하늘에 구름의 궁시렁 흐름도 놓치고 갓 태어난 아기 새의 후드득 솜털 터는 몸짓도 보지 못한다. 사랑하는 이의 눈가에 맺힌 이슬 받아줄 겨를 없이 아파하는 벗의 마음도 거들어주지 못하고 달려가는 제 발걸음이 어디에 닿는지도 모른다. 잠시 멈추어 쉼표를 찍는다. - 김해영, ‘쉼표’에서